AV의 역사로 읽는, 나카다시(질내사정) 장르의 성립과 발전

 
지난 기사에서 말씀드렸다시피, AV 제작사는 가짜 질내사정을 하는 게 편합니다. 임신과 성병의 위험성이 있으니 말이죠. 차라리 안 찍으면 더 좋고요. 임신을 테마로 삼는 게 아닌 이상 드라마상으로도 굳이 넣을 필요까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질내사정, 그것도 진짜를 원합니다. 계속해서 질내사정 장르가 변화하고 있는 건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장 논리가 반영되는 것이죠.

80년대 고전 AV에서는 질내사정, 일명 ‘나카다시(中出し)’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었습니다. 임신과 성병의 위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자이크라는 일본식 포르노의 특수한 사정도 한 이유였습니다. 당시 모자이크는 국부를 거의 뭉개버릴 정도로 진했고, 안에다 싸는 건 시각적 자극이 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에로영화와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라도, AV에선 최대한 정액을 모자이크 밖으로 끄집어내야 했습니다.

즉, 사정을 시각화하기 위해 체외사정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 결과, 80년대 중반에는 안면사정이, 80년대 후반 붓카케, 90년대 초반 곳쿤이 등장하면서 체외사정 씬의 발전은 계속되었습니다.
 
 
 
 

『젤라틴 파워 봄(ゼラチンパワーボム)』(1994, 쿠키)

 
1. 나카다시의 등장
 
그러다 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좀더 소비자들의 요구에 충실해지기 시작합니다. 슬슬 질내사정을 컨셉으로 한 작품들이 증가한 거죠. 대부분이 가짜 정액을 사용한 것이었지만요.

제가 알고 있는 질내사정 작품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아마도 『젤라틴 파워 봄(ゼラチンパワーボム)』(1994, 쿠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故) 이이지마 아이의 이미테이션 배우였던 이이지마 코이(飯島恋)가 출연했죠. 『심혈을 기울인 시리즈: 좀더 안으로 넣어!(こだわりのシリーズ もっと奥で出してイッて!)』(1995, V&R플래닝) 같은 기획물도 있었죠.

모자이크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가짜 정액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과장되게 그려내야 했습니다. 나카다시(中出し)라는 단어를 타이틀로 쓰는 경우가 없던 걸 보면, 아마 비데륜에서 이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 같습니다. “안에다 싸”, “나와버렸다” 같이 우회적인 표현만 사용했죠.

90년대 중후반, 비데륜의 심의를 받지 않는 인디즈 메이커들이 늘어나면서, 『망코 해금 질내사정 섹스!(おまんこ解禁中出しファック!)』(1998, 레드썬) 시리즈 같이, 대놓고 질내사정임을 타이틀로 쓰는 작품들이 많아지더군요. 경찰에게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걸 각오하고 모자이크를 획기적으로 줄여버리는 미친 곳이 많아서, 질내사정을 그나마 효과적으로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질내사정은 극히 일부 작품에서만 쓰이는 것이었고, 하나의 장르로 성립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본격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굳혀진 건, 2천년대에 들어와서였습니다.
 
 
 
 

『축 딥스 학원 알몸 졸업식 무제한 질내사정 히나코VS공원 노숙자 군단 50명(祝 ディープス学園裸の卒業式 無制限中出し ひなこVS公園浮浪者軍団50人)』(2002년, 딥스)

 
2. 장르의 성립
 
질내사정 장르가 성립할 수 있던 결정적 계기는 저용량 경구피임약(먹는 피임약)의 상용화였습니다. 일본에서는 1999년부터 시판이 허용되었죠. 가짜 정액이라고 하더라도, 피임이 간단해지니 혹시 모를 위험을 예방하기 쉬워진 거죠.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질내사정 작품이 늘어났습니다. 질내사정을 가리키는 ‘크림파이(creampie)’라는 단어도 이때부터 생겨났고요.

그런데 유독 일본에서 많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서양 포르노는 무수정 노모이기 때문에 크림파이를 진짜로 해야 했고 임신의 위험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일본의 나카다시는 모자이크를 씌우기 때문에 가짜로 연출하기 쉬웠거든요. 옛날에는 모자이크가 너무 진해서 가짜 정액을 넣어도 티가 안 났지만, 모자이크는 점점 작고 연해지고 있었습니다.

잭슨21, 레드썬, 질내사정클럽 등 당시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에서만 찍던 게, 호쿠토(北都)나 SOD크리에이트(SODクリエイト) 같은 메이저 회사들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었어요. 나가세 아이(長瀬愛), 츠츠미 사야카(堤さやか) 같은 인기 배우들도 질내사정을 거쳐갔죠.

물론 나중에는 일본 무수정에서도 질내사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이건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워낙에 가짜 정액을 주입하는 스킬이 늘어나 무수정에서도 가짜를 쓸 수 있었습니다. 둘째, 워낙에 질내사정이 보편화되다 보니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진짜를 시도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질내사정 장르가 많아지니깐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층 색다르고 과격한 작품도 생겨났습니다. 2002년 딥스에서 발매한 DVDPS-100에서 주연배우 히나코(ひなこ)는 공원의 노숙자 50명과 질내사정 씬을 찍어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아마도 이때 히나코가 했던 질내사정은 진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작에서의 코멘트에 따르면, 그녀는 불임 상태였습니다. 살찐 상태에서 급격하게 살을 빼면서 임신을 할 수 없게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진짜 질내사정을 찍을 수도 있었고요.

질내사정을 찍는 여배우의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2004년 겨울, 초인기 배우였던 호시 료(星りょう)가 은퇴하면서 세 편의 과격한 질내사정 시리즈를 찍은 건 이쪽 업계에서 마스터피스 급 대우를 받으며, 두고두고 총집편이 계속해서 출시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콘돔을 끼지 않고 진짜로 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사실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질내사정 20연발 몬부 란(中出し20連発 紋舞らん)』(2004년, 아이에너지)

 
3. 질내사정 20연발의 히트
 
워낙에 질싸물이 많아지니 이제 질싸물은 하나의 장르 이전에 당연히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04년 3월부터 발매된 아이에너지의 『질내사정 20연발(中出し20連発)』 시리즈는 현재까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20연발 시리즈의 성공비결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20연발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입니다. 원래 연속 질내사정이라는 개념은 호쿠토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여기다 숫자를 넣어서 자극을 구체화한 것이죠.

사실 ‘질내사정 20연발’이라는 제목은 글로리 퀘스트에서 그대로 베껴온 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너지는 몬부 란, 사카시타 마이, 사쿠라다 사쿠라, 키미시마 모에, 타치바나 리코, 고이즈미 아야(사토미 유리아), 칸노 아리사, 아마이 미츠 등 유명 배우들을 출연시켰다는 점에서 달랐죠. 이것이 두 번째 성공비결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너지는 능욕과 윤간이라는 위험한 설정을 뒤섞어버렸습니다. AV에 폭력성이 늘어난 게 탐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런 걸 좋아하는 마니아 층이 꽤 된다는 것입니다.
 
 
 
 

테스트기가 등장하는 도쿄핫의 질싸물 n0839(2013년 발매)

 
아이에너지는 SOD 그룹의 계열사였습니다. SOD의 경쟁사 호쿠토는 2007년 메이커 다스(ダスッ!)를 세운 다음에 이 시리즈를 그대로 따라해버립니다.(아니, 다스는 다른 사람이 세운 거 아니었나?) 다스는 아이에너지의 기획을 베꼈지만 타이틀은 약간 바꿉니다. 『20연발 질내사정(20連発中出し)』. 참 많이도 바꿨네요.

아오키 린이 출연한 첫 번째 작품 DASD-001을 시작으로, 이때부터 아이에너지와 다스은 경쟁적으로 20, 30, 100, 500 순으로 연발 숫자를 늘려나갑니다. 질내사정 전쟁이 벌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2010년도에는 1,200연발 질내사정까지 나왔습니다. 어마무시하네요…

20연발 시리즈의 능욕 설정도 다른 질내사정 장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정 연출은 배우들에게 미리 얘기가 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마치 사전 협의 없이 싼 것처럼 여배우가 깜짝 놀라는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테스트기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배가 부풀어오르는 장면으로 엔딩을 쓰기도 하죠. 무수정 업체인 도쿄 핫도 질내사정에 능욕 설정을 자주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편, 2010년대 이후에 질내사정 작품을 부쩍 늘린 업체가 KMP입니다. 원래 이런 장르르 잘 안 찍었는데, 점점 회사가 어려워지니깐 질내사정 쪽으로 선로를 틀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질내사정 더블 치녀(真正中出しダブル痴女EX)』(2007년, 몹스타즈)

 
4. 진짜 질내사정의 증가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은 질내사정 씬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유모 업체에서는 가짜 정액을 사용한 연출이라는 겁니다. 피임약을 먹더라도 어디까지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실제로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임신과 성병의 위험이 무섭긴 무서우니깐요. 메이저 업체일수록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했죠. 아이에너지의 20연발 시리즈나 다스의 모방작들도 사실은 대부분 가짜입니다.

출연 계약 작성 도중에 질내사정을 NG사항으로 넣는 배우들이 많기도 했고, 제작사 입장에서도 굳이 가짜 정액을 몰래 넣거나 정교한 편집기술로 조작하면 될 걸 골치 아픈 일을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비주얼상으로도 실제 정액은 좋지가 않습니다. 정액은 질 안에 붙어 있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카메라로 포착하기도 어렵고 색이 옅거나 투명한 경우도 많으니깐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진짜를 원합니다. 마이너 업체들 중에서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짜 질내사정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선구적인 업체가 몹스타즈(モブスターズ)였습니다.
 
 
 
 
 
몹스타즈는 AV 업계에서 ‘진짜 질내사정(真正中出し)’을 유행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2008년 AV 그랑프리에 출품된 AVGP-036에서 히메노 아이(姫野愛)와 마츠다 아미(松田亜美)의 진짜 질내사정을 선보인 이후로, 마니아층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죠.

물론 이전에도 ‘진짜’라고 우기는 게 많았긴 하지만, 대부분이 가짜였죠. 하지만 몹스타즈는 진짜였고, 진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습니다. 사정의 순간에 반은 밖에 싸고 나머지는 안에다 싸는 반중반외(半中半外; 한나카한카이)를 선보인 것도 몹스타즈였고,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해 다각도에서 사정의 순간을 찍어 조작이 없다는 걸 인증한 것도 몹스타즈가 처음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호쿠토가 아니죠. 몹스타즈가 인기를 얻자, 호쿠토는 무디즈 제작진들을 이끌고 2010년 12월 모방 업체를 따로 신설합니다. 그 이름하야 혼나카(本中). 첫 번째 작품인 HND-001에서 키타가와 히토미(北川瞳)는 콘돔 없이 진짜 질내사정을 했다고 합니다. 우에하라 아이 주연의 『100인 질내사정』은 일반인들을 참여시켜 술래인 우에하라가 잡히면 질내사정을 허락하는 독특한 기획으로 화제가 되었었죠.
 
 
 
 

『100인 나카다시』(혼나카, 2014년)에서의 우에하라 아이

100인 나카다시의 2015년 후속작에서 울어버린 아이카

 
5. 질내사정의 위험성
 
아이에너지나 다스가 이끌었던 질내사정 전쟁에서는 어둡고 가학적인 작품이 많았던 반면에, 몹스타즈나 혼나카의 작품들은 그나마 밝고 유쾌한 느낌이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질내사정은 정말이지 위험한 장르입니다.

실제로 임신한 배우도 있을까요? 카와나 마리코(川奈まり子)가 2004년 은퇴작 MDY-007에서 임신을 시도한 일은 있습니다. 감독이자 남편인 타메이케 고로의 아이를 낳기 위해서였죠. 임신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많지만, 최근 기사에서는 임신에 성공해 아이를 낳았다고 말을 바꿨네요. 아마도 처음에는 아이가 어린 나이에 놀림받지 않도록 거짓말을 했다가, 이제는 아이가 다 커서 사실대로 밝힌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이다 사쿠라나 미타케 료코가 임신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AV를 찍다가 임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습니다. 시미켄과 아유하라 라이토(歩原らいと)가 속도위반 임신으로 결혼했을 때도 AV 활동 중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촬영 도중 피임을 잘못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죠. 제 생각엔 정황상 대부분은 사적인 섹스 때문에 임신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업계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촬영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한 배우가 있긴 하다고 합니다.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어도 말이죠. 이 경우에는 제작사나 소속사가 배우에게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죠.

임신 여부와 상관 없이도 피해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피임한 배우에게 사전 협의 없이 나카다시를 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100인 질내사정 2015』에서의 아이카(AIKA)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아이카는 유독 기분이 나빠 보이고 촬영 도중에는 눈물까지 흘렸죠. 훗날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때 어떤 컨셉인지 전혀 얘기를 듣질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잡히고 나서 질내사정을 할 때 울어버린 거죠. 이럴 경우에 정신적 피해는 누가 배상해주나요?

이런 위험성과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질내사정, 특히 진짜 질내사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AV 시장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메이커들이 극단적인 수법들을 써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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