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크다스 멸망사: 운영진 구속에서 최종 폐쇄까지 하루 동안의 기록

 
 
2018년 4월 16일, 성인 사이트 ‘쿠크다스(kukudas)’ 운영진이 정보통신법상 음란물 배포.판매 혐의로 구속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자막을 만든 중간이득자와 함께요.

속칭 ‘과자 사이트’라고 알려져 있는 이곳은 야동 관련 소식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정리도 깔끔해서 인기가 많은 사이트였죠. AV 자료나 자막뿐만 아니라, 각종 이슈, 유머 정보나 다양한 움짤도 많았다고 해요. 성인 사이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심플한 구성에 라이트 유저들 뿐만 아니라 매니아층을 혹하게 했었고요.

쿠크다스는 불법 만화 스캔으로 유명했던 적도 있지만 운영진이 AV 자막을 의뢰하고 유료로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죠. 흔히 성인 웹이라고 하면 소라넷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도촬 영상 배포, 강간 모의 등 막장 운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소라넷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이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쿠크다스를 어쩌다 가끔 구경해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AV 공유를 제외하고 다른 불법 영역에서는 자기 관리를 비교적 엄격하게 했던 거 같네요.

영상 공유는 주로 토렌트 주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이런다고 저작권이나 음란물 죄가 적용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배포가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증명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힘들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익을 내기 위해 유저 업로드 게시판을 통해 포인트 거래를 한 게 결정적인 패착이 되었습니다. 포인트는 사이트 내 활동으로 얻는 부분이지만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현금화한다는 점에서 음란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간주되고 추적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코인으로 후원도 받았고요. AVSNOOP도 비트코인 거래 때문에 구속까지 이어졌었죠.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서버를 외국에 두고 외국인 명의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운영비로 받은 코인을 한국 계정으로 옮겼다고 하네요. 매달 수천만 원씩 쌓이는 코인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내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을 압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국내 클라우드 업체인 샌드 애니웨어를 통해 자막을 배포한 게 구속의 원인이 되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갑자기 트래픽이 많아지니깐 서버 부하가 걸려 공유 회수를 무제한에서 20회로 제한했던 것도 이때부터였죠. 이틀 안에 거의 10만 명이 다운받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당 글에 의하면, 업체 측은 개인들이 공유하는 파일들을 열어보았고 수많은 야동과 자막 파일이 들통났다고 전하네요. 클라우드 측이 약관을 위반하고 사적 자료를 열람한 게 사실이라면 향후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현재 여론은 운영진 구속이 샌드 책임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자료를 공유했던 다른 일반 유저들에게로 불똥이 튈까봐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우선 포인트를 판매해 중간이득을 취했다면 처벌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전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유저 들 간에 포인트 거래를 하거나 샌드로 AV를 배포한 정도라면 전과기록에 남지 않는 과태료나 훈방으로 끝날 것이라고 하네요. 자막을 제작하고 배포한 분들도 훈방조치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합니다. 마그넷이나 토렌트를 옮긴 경우는 거의 부르지 않는다고 하고요.
 
 
 
 

 
 
여튼 운영진이 구속된 만큼 쿠크다스의 존폐는 불확실해졌고, 이 사실을 유저들에게 알린 건 운영진의 마지막 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4월 16일 오후 8시 무렵에 모든 업로드를 중단한다는 알림이 떴죠.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우선 혹시 모를 법적 분란을 대비해서 쿠크다스에 썼던 글들을 하나씩 지우시더라구요.

남은 포인트로 유료 자막을 사는 데 소진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갖고 있던 자막을 무료로 나누기 시작하면서 축제 분위기로 전환됐습니다. 세기말적 카니발이었습니다. 자막 제작자와 공유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기도 했고, 그 와중에 가짜 자막을 뿌려 포인트를 받은 다음에 갖고 싶은 유료 자막을 구매하는 사기꾼 놈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무료 자막 7백여 개, 유료 자막은 5백 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그대로 뿌려졌습니다.

4월 17일 오후 1시 30분 무렵, 마지막 빛을 작렬시키며 야동계의 초신성 쿠크다스는 폭발했습니다. 서버가 터질 걸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터질 줄은 몰랐네요. 과자먹고 탈난 보트피플들은 자막들을 배에 싣고 레드폭스, 이토렌트 등 대체 사이트를 찾아 이주하고 있습니다. 웹하드 이용률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네요. 반면에 쿠크다스의 자료를 복붙해가던 수많은 짝퉁 사이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라지거나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난민들이 이주해간 사이트들도 오래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현 정부의 중요한 국정철학이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무관용 역시 분명한 기본방침입니다. 여기서의 불법정보는 주로 가짜뉴스 같은 허위사실, 모욕적 비방과 명예훼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말하는 것이지만, 법령이 음란물을 처벌하는 이상 유사한 사태는 계속될 겁니다.

따라서 현행 법체계 안에서 성인이 성인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권리를 누리려면, 운영진과 유저들 스스로 자기 자신들을 되도록 클린하게 관리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클린하게 한들 단속될 위험은 여전히 있지만, 운영진이 구속되어 사이트가 통째로 날라가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이용하는 등 금전화를 하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입증됐죠.

아무리 포르노 합법화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몰카, 도촬, 아청물 같은 범죄물들은 그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당연히 삭제되어야 하겠지만, 많은 성인 사이트들이 그런 기본적인 룰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공유 등 직접 저작권 신고가 들어오기 쉬운 자료들은 되도록 간소화시키는 게 낫고요. 대신에 후속 사이트들이 AV 정보의 질을 늘리는 것에서 승부를 봤으면 좋겠네요.
 
 
 
 
 
 
P.S.
4월 1일, ‘야플’이라는 성인 사이트에서 42살 아빠가 7살 딸을 성폭행하며 찍은 사진을 올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글이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되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만, 해당 사이트 안에서의 반응이 참 부끄럽더군요. 미디어 SR의 보도에 따르면, “부럽다”, “적극적이시네요”라는 등 2차 가해를 야기하는 댓글들이 즐비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성인 사이트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선은 지켜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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