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아야네 보러 가즈아!! ~II. 이동移動~

지난 1월 22일, 시이나 소라와 미야자키 아야가 만든 눈사람(雪だるま).
당시 도쿄에는 하루 만에 20cm가 쌓이는 폭설이 내렸고,
이번 여행 때까지도 거리 곳곳에 흰 눈이 조금씩 쌓여 있었다.

3. 영종도의 잠 못 이루는 밤
 
새벽 7시에 이륙하는 인천발 비행기였다. 탑승수속을 마치려면 적어도 5~6시 안에는 도착해야 했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집 근처의 리무진 버스는 7시부터 운행하니깐 전혀 의미가 없고, 다른 지역 첫차들도 빨라야 5시에 출발을 해 시간대가 맞질 않았다. 심야버스는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만 있다. 택시나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게 가장 노멀할 만한 방법일 테지만, 택시비는 8만원 정도 나올 테고 뚜벅이라 차를 끌고 가는 것도 무리였다. 그냥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때는 1월 27일. 밤공기는 춥다 못해 살을 에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공항 건물 안은 따뜻한 편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별로 눈치 보일 것도 없었다. 다만, 맘 편히 잘 수는 없었다.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고, 예전에 부산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노숙하다가 지갑 털릴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깊이 눈을 붙이지 못할 것 같았다. 아직 노트북으로 할 일이 조금 남아 있기도 했다. 이미 한번 밤을 샌 상태지만, 난 내 체력을 믿고 자지 않기로 결심했다.

날 밝을 무렵에 티켓을 끊고 수속을 밟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이 성수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이 시간대에도 사람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다. 지루한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통과하고 한국 면세점에서 살 것 사고 나니, 이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수면부족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오늘 일정이 빡빡한데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
 
 

이륙할 땐 밤이었는데 하늘로 올라가니 낮이 됐다.

 
연착으로 탑승이 조금 늦어졌는데 저가항공에선 으레 일어나는 수준이라서 별 건 아니었다. 창가 쪽 자리를 받았기 때문에 벽에 머리를 기댈 수 있었다. 귀구멍이 멍멍해지면서 기체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어느새 창밖엔 태양도 떠올라 있었다. 영종도와 서해 바다가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저가항공 특유의 덜덜거림과 비좁음이 신경 쓰였지만 쪽잠을 잘 정도는 됐다. 비행시간은 2시간 50분.

나리타 공항의 직원들은 친절했다. 외국인들이 헤매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여성 분이 입국심사를 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얼굴을 보더니 “Are you trouble?”이라고 물었다. 당연 아니라고 웃으며 대답하니 추가 질문 없이 바로 통과했는데,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다크써클이 거뭇거뭇하게 끼어 있었다.
 
 


입국 게이트 앞에 있는 버스 매표소


천엔 버스 공식 홍보 영상

4. 나리타 공항에서 한 일들
4-1. 가성비 종결자 케이세이 천엔 버스
 
입국 절차를 끝마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는 70km가 조금 넘기 때문에 여기서도 교통편을 고민해 봐야 한다. 탈것은 다양하다. 빨리 가려면 나리타 익스프레스나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가는 게 좋은 데 최소 2천 엔 이상이 든다(소요시간 약 1시간). 일반전철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에 1,100~1,400 엔 정도로 가격이 싸다(소요시간 약 1시간 40분).

개인적으론 케이세이 버스의 도쿄 셔틀, 일명 ‘천엔 버스’를 추천한다. 가장 가성비가 좋다. 천엔 버스는 말 그대로 1천 엔에 도쿄 시내(도쿄역 또는 긴자역)로 빨리 갈 수 있는 고속버스다. 소요시간은 불과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 예전에는 길이 막히면 2시간 걸리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기사들끼리 교통 정보를 주고받아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노선으로 운행해서 그렇게 늦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한다. 지난 여행 때 다랜 님의 추천으로 타봤는데, 상당히 괜찮아서 이젠 내가 남들에게 추천하고 다닌다.

천엔 버스 티켓은 수속 밟고 나오면 코앞에 보이는 버스 매표소에서 살 수 있다. 버스 티켓 판다고 영어/한글로 써 있기 때문에 조금만 둘러보면 찾을 수 있다. “도쿄 에끼”라고 하면 알아서 끊어준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정류장으로 무작정 왔다가 티켓 끊으려 다시 돌아가는 경우를 자주 봤다.

자세한 노선정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keiseibus.co.jp/inbound/5recommend/ko/
 
 


나리타 공항 지하 1층에서 교통카드 충전을 했다.


스이카 공식 홍보 영상

4-2. 교통카드를 충전하자!
 
버스 출발 시간은 10시 45분. 남는 시간에 도쿄 시내에서 쓸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한국의 티머니와 같은 개념의 IC카드가 일본에서는 ‘스이카'(Suica)인데, 상당히 활용도가 높다. 도쿄 지하철은 환승할 일이 많기 때문에 미리 구입/충전을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충전된 돈을 편의점이나 자판기 등에서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동전 없이 다닐 수도 있다. 동전은 남으면 환전이 안 되기 때문에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이때 충전한 금액은 5천 엔. 이걸로 식비도 모두 결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두둑하게 채웠다. 만약에 금액이 남아도 환불받을 수가 있고, 어차피 다음 일본 여행 때 또 쓰면 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그런데 만약 분실된다면?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참고로 ‘파스모'(PASMO)라는 교통카드도 있다. 스이카가 JR그룹(동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에서 발급하는 거라면, 파스모는 관동 지역의 사철 및 버스 회사들이 만든 카드다. 전국의 모든 교통카드와 상호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카드를 사든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스이카!


스이카로 자판기를 이용해 본다.


‘넥타’라는 복숭아 음료를 뽑았다.

4-3. 후지야 넥타르 피치를 마시다
 
충전한 스이카로 처음 결제한 건 후지야(不二家)에서 나온 넥타(ネクター)였다. 가격은 130엔이니깐 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 된다. 1964년부터 발매되어온 복숭아 주스라는데, 직접 갈아넣은 것 같이 과육이 씹혀 신선한 느낌이었지만 너무 달았다. 주스라기보다는 엑기스의 느낌.
 
 


천엔 버스의 도쿄역 하차장

5. 도쿄역에서 우에노역으로
 
천엔 버스를 타고 도쿄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55분. 하차장은 도쿄역 야에스 지하상가 북쪽입구에서 5분 거리 내에 있다. 여기 위치를 잘 기억해두어야지 나중에 집에 갈 때도 헤매지 않고 잘 타고 갈 수 있다.

하차장 옆에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체인점 야마다 전기의 ‘콘셉트 라비 도쿄'(Concept Labi Tokyo)가 있다. 내가 일본에 간 27일부터 라비 도쿄에선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매장 앞에 비트코인 관련 멘트가 쓰여 있길래 확인해보니깐,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500엔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암호화폐 상용화 테스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과연 상용화가 얼마나 가능할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역 지하의 야에스 상가에서도 이것저것 즐길거리들이 많지만 일단 첫 번째 일정은 우에노에서 있기 때문에 곧바로 JR 야마노테선으로 향했다. 도쿄역에서 우에노역까지는 불과 다섯 정거장. 햇살이 따사로운 게 봄날씨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산뜻한 기운에 에너지가 샘솟았다. 우에노 공원은 걷기 좋은 거리였기 때문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비둘기에게 똥테러를 당하기 전까지는…
 
 


1월 27일부터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콘셉트 라비 도쿄.


도쿄역 야에스 북쪽입구


JR 야마노테선 노선도. 한국으로 따지면 지하철 2호선의 역할을 하는 순환선이다.


우에노 역에서 만난 사사키 노조미. 정체요법(척추나 골반의 뒤틀림을 교정해서 컨디션을 좋게 하는 요법) 전문 업체인 ‘카라다 팩토리'(カラダファクトリー)의 광고다.


우에노 공원의 첫 인상. 파란 체크 무늬 옷을 입은 할아버지들이 눈에 확 띄는데, 아마도 근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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