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아야네 보러 가즈아!! ~I. 준비準備~

1. 아야네를 찾아 길을 나서다
 
2018년 1월 27일부터 2월 1일까지 도쿄를 갔다왔다. 4박 5일 간의 여정이지만, 새벽 비행기를 타고가서 야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으니 거진 일주일을 소비한 셈이었다.

한달 전만 해도 전혀 계획에 없던 여행이었다. 스즈카와 아야네가 1월 30일에 은퇴하겠다고 돌연 선언해버리는 바람에 갑작스레 일정을 잡은 것이었다. 스즈카와 아야네는 한번 정도 꼭 봤음직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베 정권이 총선 압승 이후 대대적인 금융완화책을 펼치고 있어 마침 엔화는 천원 이하 값으로 내려가 있었다. 일본을 가야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아야네만 보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던가. 막상 출국 할 생각을 하니 이왕 갔다오는 김에 여기도 들리고 저기도 들려야겠다는 마음에 조금씩 일정을 추가했다. 특히 지난 해에 가려다 포기했던 페티쉬 페스티벌(이하 ‘페티페스’)이 마침 같은 주에 끼어 있어서 길게 다녀오게 되었다.

해외는 이번이 네 번째였다. 중간에 미노루 님이 합류한 날을 빼면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여행이었다. 어떤 재미거리를 찾아서 즐기기 시간이 많았지만, 이국의 낯선 거리를 거닐며 사색하는 시간도 많았던 것 같다. 일본어 회화가 거의 안 되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종종 겪었다. 말이 안 통하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상하게 유독 실수가 잦은 여행이었다.
 
 

2. 갈 채비를 차리다
2-1. 여권, 비행기, 숙소, 세부일정, 환전…
 
우선 여행의 시작은 ‘여권’을 챙기는 것부터였다. 그 다음엔 스카이플래너를 통해 ‘비행기 표’를 예매해 일정의 큰 틀을 그렸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세부 일정을 짜나갔다. 싼 값에 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 어영부영하다 값이 올라 30만원에 끊었다. 숙소는 최대한 저렴하게 잡으려고 했는데, 추울까봐 걱정이었다. 망설이던 와중에 마침 유탱 님이 한인민박 한 곳을 추천해주셔서 거기로 예약했다. 1박 3천 엔 도미토리니깐 4박에 11만 8천 원 정도인데, 가성비 좋은 곳으로 잘 구한 것 같다.

세부일정은 이베루토 사이트와 트위터에 올라온 정보들을 취합해서 짰다. 예매를 미리 해야 하는 행사들이 많았다. 아야네 은퇴식은 미노루 님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했지만, 페티페스 등 나머지 행사들은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걸로 했다. 혹시나 티켓이 매진될 때를 대비해서 대체 일정도 따로 짰다. 다랜 님 덕분에 나츠메 하나미 촬영회도 따로 예약할 수 있었지만, 카메라 대여 비용까지 생각해보니 예산 초과라서 출발 직전에 취소했다.

탈 것과 잘 것을 정하고 어느 시간대에 뭔 지랄을 할지 정해놓으니, 얼마나 돈이 필요할지 예상됐다. 지난 2016년 일본여행 때는 도날드 트럼프 당선 크리를 맞아 엔화 최고점을 찍은 상태에서 환전한 돈이 다 떨어져 큰 타격을 입었다. 요즘은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 다행이지만 가슴 쓰린 옛 기억을 되짚어가며 넉넉하게 돈을 뽑았다.
 
 


최근 3년 간의 환율 변화 추이.
빨간 점으로 찍혀 있는 최고점이 바로 지난 일본 여행 도중이었다.젠장

2-2. 이발하고 새 폰을 사고…
 
출발 전날에 동네 미용실에서 이발을 했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모 정치 팟캐스터의 열혈신도였다. 주민의 절반이 지난 대선에서 빨간색 정당의 홍씨 후보를 찍었고 나머지 절반은 박사모 회원인 동네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팟캐를 미용실에서 듣는다는 것 자체가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아주머니가 남자머리에 대해선 눈썰미 없기로 타고 나셨다는 거다. 여차하면 귀두커트요, 어떤 머리라도 다 같은 스타일로 만들어버리시니, 그저 남자머리는 짧게 밀기만 하면 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어머니는 제발 거기선 깎지 말라 충고하셨지만 난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불효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수명이 오늘내일 하는 핸드폰도 바꿔야 했다. 내 폰의 임종을 지켜볼 때까진 못 바꾼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으나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인근 하이마트에서 스웹 님이 추천해주신 기기로 하나 장만했다. 로밍은 카톡과 구글 맵 때문에 데이터 쓸 일이 많아 2기가 서비스로 신청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2기가 중에 절반도 다 못 썼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2-3. 캐리어에 짐을 싸며…
 
캐리어는 아버지께 빌렸고, 그 안에 넣을 것들은 옷가지(갈아입을 겉옷, 속옷, 수건)와 세면도구(샴푸, 클렌징 폼, 치약과 칫솔, 면도기 등등) 말고는 딱히 넣고 갈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 직전이 되니 필요한 것들이 더 생각났다.

가장 급한 건 110V 변환플러그, 일명 ‘돼지코’라고 불리는 그것이었다. 어차피 공항 로밍센터에서 빌리면 되니깐 별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새벽 비행기라 빌릴 수가 없었다. 로밍센터는 오전 6시부터 문을 연다. 한밤중에 돼지코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일본 돈키호테에서 새로 사거나 한인민박에서 빌려 써야 했다.

그 밖에 노트북, 보조배터리, 스킨과 로션, 썬크림 등을 더 챙겼다. 이메일 해외 접속 차단도 풀어야 했다. 지독한 활자중독이라서 심심할 때 읽을거리도 챙겼다. 일기예보를 보니 도쿄는 한국보다 10도 이상 따뜻하기 때문에 옷을 어떻게 입고 갈지가 걱정이었다. 괜히 따뜻하다 생각하고 얇게 입고 갔다가 얼어죽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에 따뜻한 옷을 두둑히 챙겼다.
 
 

맨위 그래프가 1월달 서울 기온이고 그 아래가 도쿄 기온이다.
대략 10도 정도 차이가 난다.

2-4. 드디어 출발!!
 
아마존 재팬에서 살 물건들을 미리 택배로 배송시켜 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꼭 필요한 물건은 없었지만 한번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게 나중을 위해서라도 득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한국에선 절대 구할 수 없는 것들을 사려고 하다보니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데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어떤 걸 샀는지는 다음 시간에 얘기하는 걸로…) 중고품이라서 편의점 배송은 불가능했고, 숙소에서 수령하는 걸로 했다.

해외로 떠나기 전에 할 일들을 미리 다 해결하고 가려다보니 뜬눈으로 무려 이틀밤을 지샜다. 개인적인 일이 따로 있기도 했고, 그 밖에도 행선지 파악하고 지하철 노선도나 시간표 체크하며 코인락커 사용법, 먹을거리 같은 걸 검색하느라 어느새 꼴딱 밤을 샜다. 잠을 좀 자둘 걸 싶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고, 27일 새벽, 수면부족 상태에서 그대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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